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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가까워지고, 코끼리의 울음이 들린다

iNote—코끼리는 앉아 있다

절망, 억압, 도피. 코끼리가 앉아 있는 건 일어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코끼리도 도망쳤을 것이다. 거대하고 강한 코끼리도 무력한 순간이 있다. 징싱에 갇힌 작은 사람들 역시 희망을 질식시키는 이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월급 2000위안, ㎡당 8000위안의 집, 허영, 배신 — 그리고 몸을 던지는 그 순간, 4시간짜리 긴 이야기가 서서히 막을 올린다. 세상에 근심 없는 이가 누구인가. 사람은 태어나서 생의 끝까지 허무와 싸운다. 아이는 이미 다리를 곧게 잘 내리는데, 엄마는 더 잘하라 핀잔을 준다 — 무엇을 위해서인지 누구도 분명히 말하지 못한다. 평생을 군에서 보낸 노병 왕쥔은 결국 ‘개 같은 삶’으로 자기 집 발코니에서 잔다. 딸과 사위 눈에는 개의 목숨이 그의 목숨보다 귀하다. 웨이부 할머니는 쓸쓸히 세상을 떠나고, 아무도 모른다. 역에서 왕쥔은 젊은이에게 말한다. 인생이란 이런 것 — 여기에 서서 저기가 좋아 보이지만 절대 가지 마라. 가보면 여기도 거기도 똑같이 엉망이다. 인생이 허무한 여정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길을 떠난다.

작은 도시의 작은 인간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 같은 직장, 같은 학교, 친구, 친척. 네 가족이 뭘 하는지, 아버지는, 어머니는, 네가 뭘 했는지, 주변은 다 안다. 이런 ‘서클’은 끝없는 번뇌를 만든다. 바깥서클은 사소하다. 사람을 절망하게 하는 건 오히려 가족 내부의 갈등 — 부부의 배신, 부자지간의 원한, 모녀의 불화다. 바깥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서 위로를 얻고 싶지만, 그곳 역시 칼날이 맞부딪히는 전장이 된다.

세상에 ‘작은 사람’은 없다. 다만 역할이 다를 뿐, 맞닥뜨리는 고통은 같다 — 절망도 무력도 같다. 역할이 많다 보니 누구나 장면마다 급히 가면을 갈아껴야 한다. 사회에서 위청은 형제들이 있고, 형제의 아내와 자는 뻔뻔함도 있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어머니의 욕설을 듣고 아버지에게 발길질을 당한다. 아버지 눈에 샤오쥔은 불량배지만, 할머니 눈에는 바른 손자이고, 동급생에게는 앞장서는 든든한 친구다.

‘코끼리는 앉아 있다’는 나를 말문이 막히게 만든다. 아무리 날 선 수사도 이 영화의 날것의 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후보 감독은 영화 한 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람은 죽어도, 작품이 살아 있는 한 그도 산다’ — 이런 말을 떠올린다.

게시일: 2025년 9월 10일 · 수정일: 2025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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